버스기사 울리는 ‘1000원 위폐’ 얌체승객
213 6394 2010-03-04
“소액이라고 장난삼아 위조하는 것 같은데 엄연한 범죄 아닌가요? 일일이 신고할 수도 없고 골치만 아픕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시내버스 차고지에 있는 A버스회사. 이 회사 경리담당 김모(여·34)씨는 다발로 묶어 놓은 1000원짜리 위조·훼손 지폐들을 보여 주며 한숨지었다. 지난해 말 그동안 모아 뒀던 위조·훼손 지폐들을 모두 폐기처분했지만 두 달여 만에 금세 한 움큼이 모였다고 했다.

이처럼 지난 1970~1980년대 유행했던 버스 회수권 위·변조를 본뜬 듯 최근 1000원짜리 지폐를 위·변조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버스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장 흔한 수법은 일명 ‘반쪽 지폐’. 멀쩡한 1000원짜리를 반으로 잘라 반쪽만 요금함에 넣거나 지폐를 물에 불려 두 장으로 나눈 뒤 종이를 덧대 사용하는 수법이다. 버스기사 김동환(44)씨는 “지난해 말 한 재수학원 앞에서 태운 학생이 태연히 반쪽짜리 1000원권 지폐를 넣는 것을 발견하고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며 “같은 버스에서 반반으로 잘려진 지폐가 한꺼번에 발견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컬러프린터로 복사한 조잡한 위폐나 장난감 지폐가 사용되기도 한다.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B버스회사 요금함에서는 복사된 1000원짜리 지폐가 이틀 연속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버스기사가 승객이 탈 때마다 눈여겨보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B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아예 요금함에 ‘지폐를 펼쳐서 내 달라’는 안내문을 붙여 놨다”고 전했다. 양천구 신월동 C버스회사 관계자는 “소액권인 데다 무더기로 발견되는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하기도 민망하다”며 “버스기사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화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3-04 13:56 최종수정 2010-03-04 14:26